작가노트
고양이의 눈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창문이라고 합니다.
미술작가 박자현은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켠을 그림으로 말합니다.
“2014년 제가 사는 집 근처 마을이 부서졌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옆 마을을 찾아가 보니 몇몇 집을 빼고 동네 전체가 폐허가 되어있었습니다. 재개발로 인해 두 번의 이사 경험이 있는데도 옆 마을 사라지는 것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일상을 살아가던 제가 낯설었습니다. 그 이후로 부산의 재개발 지구를 다니면 사진과 영상으로 촬영을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들이 처참하게 부서진 풍경들을 기록하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파괴 속에서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재개발 지구에 갈 때마다 보게 되는 고양이들을 그림 그리고, 그림 밑에 고양이들을 봤을 때 주변 상황과 고양이들의 모습, 날짜들을 기록했습니다. 고양이 그림을 작은 마켓에서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마련된 돈으로 사료를 사서 재개발 지역의 고양이들에게 나누고 있습니다.
고양이 그림들을 책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재개발 지구에 사람들과 고양이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이미지는 고양이 그림들이지만 부산의 만덕 주민공동체 주민들의 목소리들도 함께 기록 했습니다.
건설 투기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외곽으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과 마을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햇볕은 마을을 비추고, 무너진 터전에서도 다시 자라고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